민주당의 경선 관전 포인트…이재명 당내 갈등 관리 어떻게?

경선 연기 둘러싼 갈등...후보들 이해관계 탓 경선 일정은 당내 문제…탈문 탈조국은 국민과의 문제

2021-06-24     윤석규 칼럼니스트

지난 며칠간 대선후보 경선 연기 문제를 둘러싸고 민주당 안에서 갈등이 불거졌다. 이낙연과 정세균 후보 진영의 의원 60여명은 연서해 경선연기를 논의하기 위한 의원총회 소집을 요구했다. 후보들도 직접 이재명 지사의 통큰 양보를 촉구했다. 이재명 지사측 좌장인 정성호 의원은 이러한 움직임에 대해 “참담함을 금할 수 없다”며 “탐욕적 이기심”이란 말까지 사용해 격하게 반발했다. 이재명 지사는 당이 총선에서 위성정당을 만들고 4.7 재보궐선거 후보 공천을 위해 당헌당규를 개정한 일은 석고대죄할 일이라 주장하며, 이번에 또 경선을 연기해 원칙과 약속을 깨면 당이 신뢰를 잃을 것이라 경고했다. 

6월 22일 수 시간동안 의원총회가 열렸지만 합의가 될 리 없다. 후보 진영간에 감정의 골만 확인했을 뿐이다. 마침내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경선을 연기할 ‘상당한 사유’가 없고, ‘단 한 사람이라도 경선 연기에 반대하면 원안대로 하는 것이 옳다’는 주장을 펴면서 25일 최고위원회에서 당헌 당규에 부합하는 경선 일정을 공식 의결하겠다고 예고했다. 

더불어민주당이 경선 연기 여부를 논의하기 위해 22일 오전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열었으나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사진=뉴스1)

민주당 내 갈등이 이번에 경선 일정 연기 여부를 두고 표출되었지만 어느 정도 예견된 것이다. 친문 대 반문 또는 이재명 대 반이재명으로 단순화하기는 어렵다. 범친문이 분화해서 이미 이재명 지사를 지지하는 그룹도 있고, 반이재명이 전부 친문도 아니다. 이해관계 또는 친소관계에 의해 이리저리 뒤섞여 있다고 봐야 한다. 그래도 어쨌든 민주당의 당내 갈등은 엄존한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할 것은 이런 갈등을 대하는 태도다. 만약 당내 경선이 팽팽하다면 경선 후보 간에 갈등을 대하는 태도에 차이가 없고, 갈등도 점점 커질 수밖에 없다. 경선 이후의 일은 나중 문제고, 무조건 당면한 경선에 이겨야 한다. 특히 일정을 포함한 경선 룰 싸움에선 이번 경선 연기 관련 갈등처럼 한 치도 물러서지 않는다. 반면에 선두주자와 추격하는 후보들 사이에 지지율 격차가 크면 당내 갈등을 대하는 태도가 서로 다른 것이 일반적이다. 추격하는 위치에 있는 후보들은 갈등이 커지는 것을 불사하면서 선두주자를 공격하거나 몰아붙이는 게 당연하다. 그러나 선두주자는 경선 과정의 갈등이 너무 커져 경선 후 당이 단합하지 못하는 상황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더 어려운 본선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유인태 전 의원이 이 지사측에 경선 연기 요청을 받아들이도록 권유한 것도 같은 이유다. 

현재 이재명 지사와 타 후보간의 지지율 격차는 충분히 큰가? 이재명 지사가 수개월 째 25% 위아래를, 2위 이낙연 후보가 10% 위아래를 오간다. 충분치 않다는 시각은 이 지사 지지율이 반년 가까이 횡보중이라는 점, 몇 가지 후보 리스크, 당의 분열 가능성 등을 근거로 든다. 그러나 몇 가지 점에선 차이가 충분한 것으로 보인다. 당 경선에서 추가로 나올 후보 리스크는 특별히 없고, 특정 후보가 경선에서 승리할 경우 탈락한 후보 진영이 협조하지 않는 수준의 당 분열은 누가 되어도 마찬가지다. 경선은 어차피 상대 평가라는 점에서 지지율 횡보는 이 지사에 국한된 어려움이 아니다. 

경선 결과를 뒤집을 마지막 가능성은 반 이재명 연대를 이뤄 경선을 양자 구도로 만드는 것이다. 2002년 이인제 후보와 경쟁했고 지지율 2위였던 노무현 후보가 한화갑, 김근태, 정동영 후보와 함께 개혁연대란 명분으로 반 이인제 연대 구축을 시도했다. 성사되지는 않았지만 정치적 효과는 제법 컸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것도 쉽지 않다. 현재 지지율 2위인 이낙연 후보는 당시 노무현 후보처럼 새롭지 않다. 반 이재명 연대는 반 이인제 연대처럼 명분이 뚜렷하지 않다. 아마 추미애 전 장관과 박용진 의원은 끝까지 반 이재명 연대에 가담하지 않을 것이다.

22일 이재명 경기지사 지지자 15만여명이 발기인으로 참여하는 '공명포럼'출범식에서 기조 연설 중인 이 지사. (사진=뉴스1)

이재명의 경선 연기 반대 진짜 이유는  

그렇다면 왜 이 지사는 경선 연기 문제에서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는 태도를 고수했을까? 지지율 격차에 대한 객관적인 수치에도 불구하고 경선 연기가 가져올 결과를 우려하기 때문인가? 스스로 말하기를 경선 연기가 자신에게 더 유리하지만 당의 신뢰가 떨어지지 않으려면 원칙을 고수해야 한다고 했는데, 그건 누가 봐도 말장난이다. 위성 정당을 만든 것과 4.7재보궐선거 공천은 국민에게 한 약속을 깬 것이고, 경선 일정은 후보들 사이의 문제일 뿐이다. 당이 위성 정당을 만들고 4.7재보궐선거 공천을 위해 당헌 당규를 개정할 때는 아무 소리하지 않다가 자신의 이해관계와 직결된 문제에서 원칙을 내세우는 건 한 마디로 일관성이 없다. 

하지만 경선 연기 반대가 경선 유불리와 상관없다는 주장엔 진심의 일단이 담겨있는 것으로 보인다. 경선 유불리가 아니라 다른 것을 고려했다는 뜻이다. 일부 강성 친문의 반발은 여전하지만 그래도 이 지사는 지금 친문 주류와 척지지 않기 위해 부단히 애쓰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정책에 대한 부정적 평가도 자제하고, 캠프에 반문 성향의 인물은 일절 배제하고, 심지어 조국에 대해서도 침묵한다. 어지간해서 발언을 삼가지 않는 평소의 이 지사답지 않다. 참는 중이다. 이 지사가 바보가 아닌 다음에야 본선을 현재 기조로 치루지 않을 것이고, 결국 탈문과 탈조국을 피해갈 수 없다. 그러기 위해서는 하루라도 빨리 당의 공식 후보가 되어야 한다. 시간을 벌어야 한다. 그는 아마도 후보가 되어 마음껏 발언의 자유를 누리면서 본선에 대비하는 상황을 그리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상황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을 것 같다. 

왼쪽부터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이재명 경기지사, 정세균 전 국무총리. (사진=뉴스1)

지지율이 관건

후보 확정을 빨리 하는 것과 늦게 하는 것 중에 어느 것이 좋은가를 판단하기 어렵다. 단 국민의 입장에서는 빨리 하는 것이 좋다. 검증 기간이 짧아 충분히 검증하지 못한 대통령을 선출할 경우 국민이 감당해야 할 후과가 크기 때문이다. 후보자들은 처한 상황에 따라 다르다. 이 지사 자신은 일단 빨리 공식 후보가 되는 것이 본선 캠페인을 끌고 가는 데 좋다고 본 듯하다. 탈문과 탈조국을 하루속히 마무리하고 이재명만의 정치를 선보이겠다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런데 남은 기간이 매우 길다. 시간이 길수록 예기치 않은 새로운 변수가 생길 가능성도 커진다. 

탈문은 ‘문재인 정부의 공과를 계승하겠다’는 수준의 메시지로 부드럽게 넘어갈 수 있다. 또 문 대통령은 그의 스타일에 비추어 이 지사가 후보로 선출되면 본인이 협조하는 것은 물론 지지자들에게도 같은 당부를 할 것이다. 하지만 탈조국은 다르다. 결코 승복할 사람들이 아니다. 거기다가 이번 경선 룰을 확정하는 과정에서 또 다른 갈등의 골이 만들어졌다. 후보의 리더십을 결정하는 핵심 요인은 지지율이다. 성공적인 탈문과 비전 제시로 상당한 지지율을 보여주면 탈조국으로 인한 일부 갈등도 쉽게 수습할 수 있다. 그러나 만약 후보 선출 이후에 희망적인 지지율을 보여주지 못하면 2002년처럼 후보를 흔드는 사태가 벌어지지 말란 법이 없다. 당의 통합이 급격히 흔들릴 수 있다. 또는 2007년 정동영 후보의 재판이 될 수도 있다. 

지지율이 월등히 앞서는 선두주자라면 추격자들과 당내 갈등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야 한다. 본선을 위해 당의 단합을 염두에 둬야 한다. 그렇다고 엄존하는 당내 갈등을 전혀 없는 것처럼 여길 수는 없다. 그렇다면 갈등의 시기와 성격에 따라 어떤 때는 강하게 어떤 때는 부드럽게 관리해야 한다. 한 가지 원칙을 생각해 본다. 국민과 관련이 있는 문제는 갈등을 감수하더라도 원칙을 지키고, 후보자들 또는 당내 진영 간의 문제는 갈등을 피하는 것이다. 경선 일정은 후보자들 사이의 문제고, 탈문과 탈조국은 국민과의 문제다. 

윤석규는 서울대 인문대를 졸업하고 YMCA 경실련 등에 몸담아오다 DJ정부에서 청와대 시민사회국장을 지냈다. 2002년 노무현 캠프의 상황실장을 맡아 노무현 대선 전략의 밑그림을 그린 ‘정치전략통’이다. SNS 등에서 합리적 진보 논객으로 활동 중인 그는 날카로운 정치 분석으로 정평이 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