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약진, 이재명과 윤석열 누구에게 유리할까?
이재명, 문재인 긍정 지지율 뚫지 못하는 시간 길어져 윤석열, 허위이력과 녹취록 등 '김건희 리스크'가 변수
지난주 여론조사 결과를 요약하자면 이렇다. ‘이재명 박스권, 윤석열 반등, 안철수 약진, 심상정 부진.’ 물론 조사마다 큰 편차를 보였기 때문에 1위가 누구인지, 윤석열은 얼마만큼 반등했는지, 안철수의 약진은 이어지고 있는지 멈칫하는 것인지는 이론의 여지가 제법 있다.
과거 대선 여론조사에서는 조사 방법에 따라 차이가 이번 대선처럼 크게 나타나지는 않았다. 이번 대선이 과거 대선과 다르다는 데 주목해야 한다. 여론조사간 격차는 아직까지 여론 지형이 무르익지 않았다는 방증이다. 결정을 굳히지 않았거나 이 후보 저 후보를 오가는 사람들이 많다고 이해할 수 있다.
여기에는 크게 세 가지 요인이 있다. 첫째, 양강구도의 강제력과 그에 대한 저항심이다. 이번 대선은 일찌감치 양강구도로 출발했지만, 그 전에 다자구도를 선호하는 유권자도 점차 늘어왔다. 이 두 배경이 부딪히며 유권자의 심경을 복잡하게 만든다.
둘째, 양강 후보의 사법 및 가족리스크로 촉발된 ‘비호감 대선’이다. ‘양강이 마음에 안 드니 다자구도로 변해갈 것’이라고 예측할 수만도 없다. ‘누가 더 비호감인지 가려내서 그 사람을 떨어트리는 선거’로 굳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셋째, ‘정권교체’ 여론은 넓지만 얕고, ‘정권연장’ 여론은 좁지만 깊다. ‘집밥(정권연장)이냐 외식(정권교체)이냐’에서 외식을 선호한 가족도, 메뉴(어떤 후보를 찍어서 정권을 교체할 것이냐)를 정하는 과정에서 흩어지거나 집밥 선호로 돌아설 수 있다. 절대평가에서 민주당에 점수를 짜게 주며 대안을 준비하던 사람들도 막상 그 대안이 확정되면 상대평가에 들어가게 되고 민주당 후보에게 다시 마음을 돌릴 수 있다. ‘이재명 유능-윤석열 무능’이 뚜렷해질수록 그렇다.
다만 출렁이는 판에서도 분명한 추세는 잡아낼 수 있다. 안철수의 존재가 윤석열에게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지 않다. 오히려 이재명의 운신이 좁아지고 있다. 윤 후보는 정권교체 여론을 다시 결집시켜 나가고 있고, 이 후보는 ‘정권교체를 지지하지만 윤석열은 마음에 들지 않는’ 유권자들을 놓쳐서 안 후보쪽으로 보내고 있다. 이 후보 지지율이 문 대통령 긍정평가율을 넘지 못하는 시간이 계속되고 있다. 이 후보로서는 정책 행보에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지만, 대장동 및 변호사비 대납 의혹 관련 인사 중 세 번째 사망 사건이 일어나면서 유권자의 찜찜함을 달래주는 데 지장이 생겼다.
윤석열 후보는 딱히 중도 확장책을 내놓지 않고 거꾸로 보수색을 강화하고 있다. ‘부모급여 월 1백만원’이나 ‘임대료 나눔제’는 윤 후보가 기존에 주로 보여주던 모습과는 상당히 다르다. 하지만 신세계 정용진 부회장의 ‘멸공’ 발언을 이어받아 이마트에서 ‘멸’치와 ‘콩’을 구매한 것, 미사일방어체계 중 일부만 떼내 ‘선제타격’ 운운한 것, 공영방송 사극 의무화와 같은 국가주의 공약에 덮이는 모양새다. ‘국민의힘보다 더 국민의힘 같은’ 모습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윤 후보에게 또다시 커다란 비정책적 변수가 들이닥쳤다. 김건희씨가 친민주당 언론 <서울의 소리> 이명수 기자와 통화한 내용이 공개되었다. 민주당 지지층에서도 ‘별 것 없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녹음파일 공개를 다투는 과정에서 김건희씨가 ‘우리는 원래 좌파였다’고 말했다는 설이 퍼졌으나, 국민의힘 지지층 내에서 이를 정체성 문제로 받아들일지는 의문이다. 되레 ‘윤석열의 조국 수사는 문 대통령에 대한 충심에 따른 것’이라는 설이 반이재명-친민주당 커뮤니티에서 퍼지고 있다.
비속어가 걸러진 상태에서 들은 김건희씨 육성도 편안하고 소탈하게 들릴 만하다. 남는 것은 첫째, 김씨나 그 최측근들이 윤석열 후보 캠프에서 부적절한 영향력을 행사한 ‘비선실세’인가 하는 점일 것이다. 7시간 녹취록 전체를 둘러싸고 치열한 탐색과 해석투쟁이 전개될 것이다.
둘째, 이번 녹취록에서 주제가 되지 않은 허위이력이 오히려 김건희씨의 최대 리스크라는 점이다. 김건희씨가 지난 7년 이내에 사용한 재임용 서류에 허위 이력이 들어간다면 사문서위조 및 업무방해로 기소될 공산이 크고, 그게 아니라도 공소시효 10년인 사기죄에 해당할 수도 있다. “형사처벌감은 아니다”라고 말한 윤 후보의 신뢰도도 떨어질 일이다.
이번주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는 정의당 심상정 후보의 복귀다. ‘이번 대선 상황을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다’는 잠적 메시지에 대해 많은 국민들은 ‘지지율 저조에 충격을 받았다’ 정도로 해석했다. 더 깊이 있는 인식을 갖고 있었는지는 복귀 메시지와 일정에서 드러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