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을 복합문화공간으로…노들섬의 상전벽해?

2022-01-15     황현탁 여행작가

한강 서울 구역에는 강 중앙에 형성되었거나, 준설하여 섬이 된 곳 중 주민들이 거주하고 있는 여의도(4.5㎢)와, 공원으로 운영되고 있는 선유도(110,400㎡), 노들섬(120,462㎡), 서래섬(25,000㎡), 그리고 일반인이 출입할 수 없는 밤섬(279,281㎡)이 있다. 뚝섬이나 난지도는 육지와 연결되어 더 이상 섬이라고 할 수 없다. 물론 잠수교 하류에 인공섬인 ‘세빛둥둥섬’도 있다.

노들섬은 원래 이촌동에서 이어진 모래벌판이었으나 일제강점기 철제 인도교를 만들면서 섬이 되었으며, 중지도(中之島)라 불리다가 1995년 노들섬으로 바꿔 부르게 됐다. 노들섬은 민간인 소유(주 건영)였으나, 2005년 서울시가 오페라하우스 등을 설립하는 예술섬 프로젝트를 추진하기 위해 274억 원에 매입했다.  

오페라하우스를 건립하기 위한 국제공모를 두 차례(2006, 2009) 실시해 당선작도 발표됐으나(프랑스 장누벨, 한국 박승홍), 시장이 바뀌면서(이명박-오세훈-박원순) 과다한 공사비와 교통문제 등을 이유로 백지화했다. 그리고 2011년 이후 주민들의 텃밭으로 운영되다가 2019년 현재와 같은 ‘음악중심의 복합문화공간’으로 개장했다.

노들섬에는 1966년 고공낙하 훈련 중 순직한 공수특전단 이원등 상사의 동상이 세워져 있으며, 한강의 수량을 측정하는 ‘자동유량측정시설’(환경부)이 설치돼 있다. 기상청에서는 한강대교 남측교각 2-4번 사이 상류 100m 지점에서 결빙을 측정하고 있다. 노들섬 전역은 수영과 낚시가 금지되어 있으며, 여의도에서 노들섬까지 유람선이 운항되고 있다. ‘달빛노들’이란 구조물이 설치되어 있는 곳이 바로 선착장이다.

노들섬 선착장으로 이용되고 있는 '달빛노들' (사진=황현탁)

한강대교는 노들섬 중앙을 가로질러 놓여 있어 상류 쪽과 하류 쪽은 지상 연결다리로 왕래할 수 있다. 시민이용 시설물은 주로 하류 쪽에 있다. 

노들섬 시설물은 1~3층으로 되어 있으나 3층은 조망데크나 연결다리이고, 하류 쪽 1층에는 화분이나 식물씨앗 감상·판매점, 의류재활용 디자인 숍, 음악스튜디오, 아트숍과 전시장(스페이스445), 음악관련 회사 사무실, 1~2층이 연결되어 있거나 터진 노들서가와 라이브하우스가 있다. 2층에는 야외공간인 노들스퀘어, 음식점이나 카페가 있고, 상류 쪽 건물에는 다목적 홀과 ‘맹꽁이 숲’이 있다.

노들 서가. (사진=황현탁)

또 노들섬 전체를 둘러볼 수 있는 둘레길이 조성되어 있고, 하류에는 잔디광장이 있다.

노들섬 야외공간인 노들스퀘어. (사진=황현탁)

내가 찾아갔던 12월 22일엔 ‘지누박(ZINOO PARK)’ 개인전 <Home No More Art>가 개막하여 감상할 수 있었다. 작품이 취향에 맞는지 여부는 별개로 하더라도, 문화시설을 ‘구경답게 관람’한 것은 그것이 유일하다. 자전거카페 <바캉스온아일랜드>가 눈에 띠어 지친 다리를 잠시 쉬도록 했다.

노들섬의 자전거 카페 '바캉스온 아일랜드'. (사진=황현탁)

민간 사업자가 서울시에서 위탁받아 시설물을 운영하고 있는데, 코로나19 때문에 각 시설마다 나이 드신(?) 분들이 출입구에서 체온 체크나 손목 표시줄 결박, 안내나 자료배포 등을 하고 있었다. 일부 영업장 시설은 워낙 손님이 없어 운영하지 않고 있으며, 공연장은 주로 주말에만 공연 스케줄을 잡고 있었다.

곳곳에는 초 만들기, 문구가 쓰인 종이 조각 가져가기, 장애인이 만든 비누전시, 값싼 그림 디지털 프린트 판매 등 아이들과 함께 체험 학습을 할 수 있는 코너들이 마련돼 있었다.

시드니의 오페라하우스 같은 멋진 건물을 상상했던 시민들은 노들섬 프로젝트로 탄생한 복합문화공간 건물을 보고 ‘교도소’ 같다는 평을 하기도 했으며(△△일보 2021년 8월 23일, 땅집고 블로그 2019년 4월 30일 등), ‘낭만과 환상이 기대되는 개발’을 기대했던 시민들은 ‘초라한 노들섬’으로 평가절하하기도 했다.

6000억원짜리 프로젝트가 500억원짜리 프로그램으로 바뀌었으니 내용물에 차이가 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노들섬 포럼’이란 의견수렴기구까지 만들어 그에 따라 건설한 것이므로 만든 사람들은 얼마든지 비난에서 벗어날 수 있겠지만, ‘이건 아니다’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용산역이나 노들역에서 걸어도 얼마 걸리지 않으며, 한강대교를 건너는 버스들이 여러 대 정차하고 있어 접근성은 좋다. 이용객이 적어 접근용 인도교를 건설하기로 했다는데, 이 문제로 서울시와 시의회가 대립하고 있다고 한다.

프로그램 문제지 접근성 문제는 아닌 것 같은데…. 안내책자는 ‘한강 위 문화섬, 노들섬’이란 슬로건으로 섬을 소개하고 있는데, 어울리지 않는다. 자료에는 ‘달빛노들’이란 유람선 선착장이 그럴 듯해 보였다. 젊다면 저녁에라도 둘러보고 싶었지만 그럴 때는 넘었으니 상상에 맡기기로 했다. 

비용이 관건이더라도 특색이 없어 시민들의 문화 향유에 얼마나 기여할 수 있을지, 아쉬울 뿐이다.

황현탁은 미국, 일본, 영국, 파키스탄에서 문화홍보담당 외교관으로 15년간 근무했다. 각지에서 체험을 밑천 삼아 이곳 저곳을 누비며 여행작가로 인생2막을 펼쳐가고 있다. 『세상을 걷고 추억을 쓰다』, 『어디로든 가고 싶다』 등 여행 관련 책을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