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호감도 바닥 윤석열, 뜨거운 감자 '젠더 갈등' 불지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36%, 국민의힘 윤석열 26%, 국민의당 안철수 15%, 정의당 심상정 5%.
한국갤럽이 1월 4일~6일 실시한 대선주자 지지율 여론조사 결과다. (조사대상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에 무선 90%, 유선 10% 전화조사원 인터뷰. 응답률 14%에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윤석열 대선 후보와 이준석 대표간 갈등 끝 극적 봉합이 여론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는 반영되지 않은 조사다. 윤 후보가 30% 밑으로 쳐진 상태에서, 안철수 후보가 처음으로 15%선에 도달했다. 12월 셋째주에 비해 윤 후보는 9%포인트 하락했고, 안 후보는 10%포인트 상승했다. 이재명 후보와 심상정 후보는 그대로다. 윤 후보의 이탈표가 이 후보에게 건너가지 않고 안 후보나 ‘지지후보 없음’으로 빠진 결과다. 이 후보로 결집한 표가 심 후보에게 흘러내리는 현상도 아직 발견할 수 없다.
윤 후보가 1위를 한 지역은 대구/경북 한 군데뿐이다. 부산/울산/경남마저 이재명 33%, 윤석열 31%, 안철수 17%다. 윤 후보의 영남 지지율은 이 후보의 호남 지지율(65%)과도 대비된다. 기본 지지층 결집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이다. 원인이 단지 윤석열-이준석 갈등뿐일까. “측근들의 준동, 후보의 역량 부족, 가족 비리로 인한 공정과 상식의 상실.” 국민의힘 홍준표 의원의 지적이다.
김건희씨 허위이력 논란 즈음 다시 불거진 윤석열-이준석 갈등은 안철수 후보의 상승을 맞아 수습됐다. 윤 후보와 화해한 이준석 대표는 안철수 상승세를 두고 "최근 반사 작용으로 지지율이 오른 것"이라며 "다시 꺾일 것"이라고 호언했다. 하지만 안철수 후보 지지층을 살펴보면 상황은 그리 간단하지 않다. 최근 안 후보의 손을 들어준 국민의힘 지지자 일부가 윤 후보로 되돌아가도 변수는 있다.
국민의힘 지지층 중 14%가 안 후보를 지지했는데, 그 이상의 지지율을 보이는 곳들이 있다. 민주당 지지층에선 4%만 안 후보를 지지했지만, 무당층의 20%, 정의당 지지층의 14%가 안 후보를 지지했다. 영남에서 17%를 넘긴 안 후보는 호남에서 14%를 얻어 이 지역에서 윤 후보(7%)를 3위로 밀었다. 보수층에선 17%를 얻고, 중도층에선 22%를 얻었다. 원래 국민의힘을 선호하지 않았던 유권자들도 안 후보에게 점차 모인 것이다. 안 후보가 이들을 붙잡거나 추가 확보한다면, 윤 후보에게 휘말려들지 않는 밑천을 확보할 수 있다.
주말 사이 여성가족부 해체 대 강화 논쟁이 불거져, 2030 여론의 추이가 주목받는 만큼 세대 여론도 살펴보자. 이번 한국갤럽 조사에서도 60대 이상은 윤석열 우세, 40대는 이재명 압도적 우세였다. 중도 성향이 강한 50대에서도 윤 후보는 28%에 그쳐, 46%를 얻은 이 후보에게 크게 뒤졌다. 윤 후보의 부진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20대는 이재명 24%, 안철수 23%, 윤석열 10%, 심상정 10%로, 윤 후보가 공동 3등이고, 30대에서는 이재명 35%, 윤석열 19%, 안철수 18%, 심상정 7%다.
이번 갤럽 조사에서는 지지도뿐 아니라 ‘그 후보가 내가 지지하는 1명의 후보는 아니지만 호감은 있다’를 표현할 수 있는 호감도 조사도 실시되었다. 호감도는 ‘지지 가능성’을 탐색할 수 있는 지표다. 윤석열 후보가 처한 현실은 여기서 더 심각하다. 윤 후보의 호감도는 50대 이하부터 30% 선 이하로 저하되는데, 20대 여성 8%, 20대 남성 11%, 30대 여성 22%, 30대 남성 9%다. 윤 후보는 20대 남성에서 심상정 후보(10%)를 앞섰을 뿐, 20대 여성, 30대 여성 및 남성에서 호감도 4위로 밀려났다.
이에 윤석열 후보와 이준석 대표 등 국민의힘이 작전으로 꺼낸 것은 ‘여성가족부 해체’다. 물론 이 주장만으로 반여성적이라거나 반페미니즘이라고 볼 수는 없다. 여가부를 해체하고 다른 형식의 여성 및 성평등기구를 만들 수도 있고, 청년 여성층 사이에서도 여가부 폐지 여론은 존치 여론에 못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평소 안티페미 성향을 보인 신남성연대 배인규 대표나 만화가 윤서인씨가 적극 가세하는 등 또다시 젠더 갈등의 기미를 보이고 있다.
심상정 후보는 ‘여가부 강화’를 외치며 맞불을 놨다. 비주류 추격자의 전략이다. 다음에는 젠더를 뛰어넘으면서도 청년에게 호소할 수 있는 ‘노동’, ‘복지’ 화두를 어떻게 꺼낼지가 고민일 것이다. 이재명 후보는 ‘급진 페미’로 낙인 찍힌 CBS ‘씨리얼’ 출연을 보류함으로써 소위 ‘이대남’의 안티페미 정서를 피해가려 했다. 윤석열 후보에게 ‘이대남 경쟁 대상’인 안철수 후보는 젠더 문제가 아닌 또다른 분야를 택했다. ‘대통령이 직접 NSC(국가안전보장회의)를 주재하고 대국민보고 하겠다’는 공약을 낸 것이다. 참고로 2030 남성들은 ‘신안보세대’로 불릴 만큼 국방을 중시한다.
이들 후보가 어떻게 젠더 갈등에 뛰어드는가 혹은 빠져나가는가. 그리고 그 도전이 2030 여론 사이에서 어떤 결과를 빚을 것인가. 이번 주의 관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