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윤석열…지지율 급락하자 국민의힘 '자중지란'
김종인, 윤석열에 "우리가 해준대로 연기만 좀 해달라" 김종인 빼고 선대위 위원장급, 총괄본부장 전원 사의
대선 후보 지지율 여론조사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지지율이 급락한 것으로 나타나자 국민의힘이 자중지란에 빠졌다. 국민의힘 선대위와 당 지도부는 3일 종일 우왕좌왕했다.
이날 오후 열린 긴급 의원총회에선 이준석 대표가 참석하지 않자, "이준석 당장 오라"는 고성이 밖으로 새나왔고, 당 지도부 총사퇴도 거론됐다.
윤석열 후보는 선대위 쇄신을 이유로 이날 부터 공식 일정을 잠정 중단했다. 전날 선대위 6본부장의 사퇴에 이어 국민의힘 선대위는 이날 오후 6시쯤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을 제외한 위원장급과 총괄본부장이 사의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1.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 사의 표명 발표→ "소통 착오다" 정정
윤석열 후보 측이 3일 오후 기자들에게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의 사의 표명 사실을 공지했다가, 뒤늦게 부인하는 등 김 위원장의 사의 표명 여부를 두고 국민의힘 선대위는 우왕좌왕했다.
이양수 선대위 수석부대변인은 이날 오후 6시 10분쯤 기자들에게 "선대위 쇄신을 위해 총괄선대위원장, 상임선대위원장, 공동선대위원장, 총괄본부장을 비롯, 새시대준비위원장까지 모두 후보에게 일괄 사의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김 위원장은 뉴스버스와 통화에서 "나는 사의 표명 사실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 뒤 이 수석부대변인은 "김 위원장이 사의 표명 사실이 없다고 한다"는 질문을 받자, "김 위원장에게 직접 연락 받은 적은 없고 책임있는 관계자에게서 연락받은 뒤 공지문을 보내드린 것"이라며 김 위원장의 사의 표명을 재차 확인했다. 그리고 나서 1시간 뒤쯤 "소통 착오였다"면서 "김 위원장은 사의 표명 대상이 아니다"라고 정정했다.
2. 김한길 새시대준비위원장도 사의 표명 "신지예 영입 책임지겠다"
영입 페미니스트 신지예, "이준석이 尹 바보만들기 앞장" 비난 뒤 사퇴
국민의힘 선대위에 전격 영입됐던 1990년대생 페미니스트 신지예 새시대준비위원회 수석부위원장이 3일 오전 사의를 표명했다. 영입 14일만이다.
신 부위원장이 사퇴한 지 한나절 만에 김한길 새시대준비위원장도 윤 후보에게 위원장직 사의를 표명했다. 김 위원장은 "(신 부위원장 영입과 관련) 덧씌워진 오해를 넘어서지 못한 데 대한 책임을 통감한다"고 사의 표명 이유를 밝혔다.
신 부위원장은 사퇴의 변에서 윤 후보와 대립하고 있는 이준석 당대표를 거칠게 공격했다. 신 대표는 "윤 후보를 지지하겠다고 온 제게 더 강한 저항은 국민의힘 내부에 있었다"면서 "'쓸데없는 짓 하지 말고 가만히 있으라'는 이 대표의 조롱도 계속됐다"고 말했다. 신 대표는 이어 "당원들과 국민들이 뽑은 윤석열 후보에게 '선거운동 하지 말고 가만히 있으라'고 말하는 사람이 정말 당대표 맞느냐"면서 "이준석 대표가 윤 후보 바보만들기에 앞장서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어떤 경로로든 신부위원장의 거취와 관련된 의견을 선대위나 선대위 관계자에게 낸 적이 없다"는 말 외에 별도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페미니스트인 신 대표가 영입된 뒤 국민의힘 기존 지지층과 이 대표의 핵심 지지층들 사이에선 불만과 반발이 거셌다. 윤 후보는 신 대표의 사퇴 직후 "애초 없어도 될 논란을 만든 제 잘못"이라며 "제가 2030의 마음을 세심히 읽지 못했다"고 말했다.
3. 윤석열 후보도 몰랐던 선대위 쇄신 방침과 후보 일정 중단
윤석열 후보가 행사 참석 도중에 국민의힘 선대위는 "후보 일정 잠정 중단" 문자를 보내, 윤 후보를 수행하던 국민의힘 관계자들이 당황해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국민의힘 선대위는 이날 오전 10시 26분 기자들에게 "선대위 쇄신과 함께 이후의 윤 후보 일정을 잠정 중단한다"는 공지를 보냈다. 이 시각 윤 후보는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2022년 증권·파생상품시장 개장식'에 참석 중이었다. 윤 후보와 윤 후보를 수행하던 국민의힘 관계자들은 선대위 쇄신 방침과 후보 일정 중단 소식을 사전에 통보받지 못한 상태였다.
이 때문에 증권시장 개장식 행사 직후 기자들을 상대로 윤 후보의 브리핑 자리가 마련돼 있었으나, 윤 후보는 기자들의 질문에 아무런 답변없이 국민의힘 당사로 급히 향했다.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은 이날 오후 국민의힘 긴급의원총회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윤 후보가 특별한 얘기는 없었지만, '사전에 알았으면 좋았을 텐데'라고 했다"며 "내가 의논하지 않아 (선대위 쇄신과 후보 일정 중단 발표를) 윤 후보는 몰랐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윤 후보가 갑작스럽게 얘기를 들어 조금은 심정적으로 괴로운 것 같지만, 오늘이 지나면 괜찮아질 것으로 생각된다"고 덧붙였다.
4. 이준석 "윤사모가 문자폭탄"…권성동 "사무총장 의심하느냐"
앞서 이날 오전 열린 국민의힘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는 이준석 대표와 윤석열 후보의 최측근인 권성동 사무총장이 충돌했다.
이 대표는 "(윤 후보 측 지지자 모임인) '윤사모' 커뮤니티 등에 휴대전화 번호가 공개돼 윤사모 회원들로부터 문자폭탄을 받고 있다"면서 권 사무총장에게 당 차원의 진상조사를 요청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 대표는 또 일부 보수 유튜버들이 부모의 재산 내역을 입수한 정황을 거론하며 색출 주장도 했다. 이 대표가 "당에서 빠져나간 자료가 아니라면 설명이 어렵다. 확인해달라"는 취지로 말하자, 권 사무총장은 "사무총장을 의심하는 거냐"라고 반발했다. 이어 이 대표가 "사무총장이니까 확인해달라는 것"이라고 하자, 권 사무총장이 "확인해보겠다"고 한발 물러서면서 두 사람간 충돌은 일단락됐다.
공식회의석상에서 이 대표와 윤 후보 측근의 충돌은 지난달 20일 당시 선대위 공보단장이던 조수진 의원에 이어 두 번째다.
5. 김종인, 윤석열에 "연기만 좀 해달라"…'후보 아바타' 논란
이날 오후 2시 열린 국민의힘 긴급의원총회에서는 이준석 당대표의 참석 여부를 두고 옥신각신했다. 일부 초재선 의원들은 "왜 이준석 대표가 불참하느냐. 당장 오라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이 대표가 오지 않으면 의원총회를 하지 않겠다"고 버티다, 김기현 원내대표가 "제가 안 오셔도 된다고 했다"고 하고서야 진정됐다.
의총에서 김 총괄선대위원장은 모두 발언을 통해 "내가 비서실장 노릇을 할테니, 후보도 태도를 바꿔 우리가 해준대로 연기만 좀 해달라, 이렇게 부탁을 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그동안 선거운동 과정을 겪어보니, 도저히 이렇게 갈 수는 없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김 위원장의 이 같은 발언은 윤 후보의 잦은 실언과 최근 강성 발언이 표심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점을 반영한 것이지만, 당장 '아바타 후보'논란을 야기했다.
김 위원장은 "후보가 연기만 하면, 아바타 아니냐"는 질문에 "윤 후보가 정치를 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미숙한 부분이 있기 때문에 가급적 실수를 하지 않도록 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6. 김기현·김도읍 등 원내지도부 사퇴
의총에선 김기현 원내대표 등 원내지도부가 총사퇴했다. 김 원내대표는 "먼저 남탓할 일이 아니고 내탓이다 생각하고 원내대표인 저부터 쇄신에 앞장서기로 마음먹었다"며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후임 원내대표를 뽑고 선출 직후 새 원내지도부에 업무를 인수인계하겠다"고 말했다.
김도읍 정책위의장도 "지금 상황에 무한한 책임을 지고 공동선대위원장과 정책위의장직을 내려놓을 것이라고 당에 통보했다"며 사퇴의사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