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리스크' 윤석열 20대 지지율 크게 흔들었다
20대, 대선 판도 좌우할 '프레지던트 메이커' 잠재력 윤석열 20대 지지율 하락 왜?…'공정'과 거리 먼 이미지 형성 20대 지지율, 안철수 심상정 상승하고 이재명 하락 가능성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청년 지지율이 부진한 것은 여론조사 전반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세계일보가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12월 27∼29일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 남녀 1013명을 대상으로 일대일 전화면접조사(유선 21%·무선79%)를 실시한 결과(응답률 10%,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오차범위 ±3.1%포인트), 윤 후보의 18-29세 지지율은 16.8%로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21.4%),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18.2%)에게 뒤쳐졌다.
윤 후보는 18-29세 지지율에서 한 자리수를 얻어 4위로 쳐진 여론조사도 있다. 서울신문이 한국갤럽에 의뢰해 지난 12월 27~28일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100% 무선전화 인터뷰 방식에 응답률은 15.4%,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18-29세 지지율에서 윤 후보는 9.5%에 그쳤다. 이 조사에서 이재명 후보는 25.4%로 1위였고,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18.9%)와 심상정 정의당 후보(15.7%)가 2,3위로 뒤를 이었다.
윤 후보의 청년 지지율 부진에 대해 그 원인을 ‘이준석 대표와의 갈등’이나 ‘새시대준비위원회의 신지예 영입’으로 돌리는 진단이 있다.
하지만 20대에게 김건희씨 허위이력 문제만큼 파괴력 있는 이슈는 없다. 남북 단일팀 논란이나 조국사태 때 드러난 ‘20대의 공정 감각’이 이 문제를 건너뛸 리 없다. 국민의힘은 김건희씨의 사과를 두고 "조국 전 장관보다는 훨씬 낫다"며 자화자찬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안 됐지만 조 전 장관은 대선 후보가 아니다.
국민의힘은 김건희씨 허위이력 문제뿐만 아니라 윤 후보가 애초부터 20대 지지율이 넉넉하지 못했다는 점을 놓치고 있는 것 같다. 2020년 10월 27~29일 한국갤럽이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실시한 여론조사를 보자(휴대전화 85%, 집전화 15% 전화조사원 인터뷰. 응답률 16%,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이 시점은 2020년 10월 22일 윤 후보가 검찰총장으로 국회 법사위의 대검찰청 국정감사에 출석해 "검찰총장은 법무부장관 부하가 아니다. 추미애 법무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은 위법이다"는 취지의 작심 발언을 한 직후였다. 이 조사에서 당시 추 장관의 직무수행에 대해선 긍정 대 부정이 40% 대 45%였고, 윤 총장은 43% 대 38%였다. 그런데 20대에서는 추 장관이 33% 대 45%였고, 윤 총장이 31% 대 36%였다. 추미애에게 부정적인 20대는 윤석열에게도 부정적이거나 유보적이었다. ‘A를 비토한다고 해서 B를 지지하지는 않는다’. 20대 여론의 특징이다.
2016년 가을,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국정수행 긍정 평가율이 가장 먼저 0%로 떨어진 계층이 20대였다. 20대는 2019년 9월, 조국 전 장관 임명을 반대하는 여론을 선도했다. '박근혜 편이 아니라고 해서 민주당 편인 것은 아니다.' 이것이 '민주당 편이 아니라고 해서 윤석열 편인 것은 아니다'로 이어진 것이다.
윤 후보는 박근혜 정권과 문재인 정권에서 내리 정권 핵심부를 겨냥한 수사를 했다. 이것은 20대의 ‘공정’ 코드와 접속가능하다. 검찰 특수통으로서 기업을 수사하면서 얻은 식견이 있다면 ‘경제적 유능’으로도 내비칠 수 있었다. 그러나 그는 국민의힘에 입당하고 전통 지지층에게 몰입하는 과정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후예'로 비쳐졌다. 잇따른 실언과 보수일변도의 행보는 약자친화적이지 않다(강자중심의 사고를 갖고 있다)는 인상을 주었고, 여기에 가족리스크까지 불거지며 공정성과는 거리가 먼 이미지를 형성했다.
그렇다면 이재명 후보의 20대 지지율은 어떤가. 이 후보는 세계일보 조사에서 20대 지지율 2위였고, 1위를 한 서울신문 조사에서도 4분의 1 수준에 묶였다. 20대는 정권교체 및 반민주당 여론이 강하며, 이 후보는 대장동 의혹으로 ‘공정’과 ‘유능’ 코드에 치명타를 입었다. 그나마 이 후보의 우군은 ‘윤석열’이었는데, 윤 후보의 지지도가 떨어지면서 이 후보로 결집된 표심도 이완될 공산이 높아졌다. 2017년 대선에서 입증되었듯 20대는 ‘다당제 지향’이 강하고, 이에 따라 안철수, 심상정 후보의 상승세가 이뤄지면 이 후보도 윤 후보와 함께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
고령화 사회에 진입한 한국사회에서 20대 인구는 전체 인구의 13% 수준이다. 비중은 크지 않은 세대라 20대 표심의 파급력을 낮게 보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첫째, 30대 전반은 20대와 비슷한 성향을 갖고 있다. 둘째, 20대는 부모세대인 50대와 통한다. 예전 부모-자녀세대가 상이한 정치 성향을 갖고 있으면 정치적 대화가 다소 뜸했던 것과 달리, 현 20대 자녀와 50대 부모간에는 격의가 없는 경향이 있다. 특정정당에 대한 충성도가 약한 중도세대인 50대는 20대 표심의 영향을 받을 여지가 크다. 20대는 ‘캐스팅 보터’를 넘어 ‘프레지던트 메이커’가 될 잠재력을 갖고 있다.
김수민은 풀뿌리운동과 정당활동을 하다 현재는 지상파와 종편, 언론사 유튜브 방송 등에서 정치평론가로 활약 중이다. 팟캐스트 <김수민의 뉴스밑장> 진행도 맡고 있다. 2010년부터 2014년까지 경북 구미시의회 시의원을 지냈다. 시의원 시절엔 친박 세력과 싸웠고, 조국 사태 국면에서는 여권 핵심 지지층의 표적이 되기도 했다. 저서로는 <다당제와 선거제도>(eBook) >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