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롭게 뜬 눈은 세상을 변화시킨다

'ACEP 2022 발달장애 아티스트 특별초대전 ' 1월8일~23일 예술의전당

2021-12-26     심정택 칼럼니스트

작가의 창작 작품에 대한 감상을 글로 옮기는 행위는 소통(疏通)과 실견(實見)이 필수이다. 실제 작품을 봐야 견해와 관점이 생긴다. 당연히 관람객은 쾌적한 전시 환경일수록 원작의 아우라를 느낄수 있다.

공윤성 희망 60.6×72.7 acrylic on canvas 2020

스마트폰의 급속한 대중화와 2년여부터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코로나 팬데믹은 이러한 당연한 패턴을 변화시키고 있다. 평면 디지털 화면에 동영상인 유튜브가 부가되면서 동영상이 이차원 평면 회화 작품 미술 시장의 거래 수단으로 등장하고 있다.         

미술 감상과 비평의 방식에 대한 변화 조짐을 서서히 받아들이고 있는 과정에서, 코로나 팬데믹은 이러한 적응의 속도를 급하게 요구하고 있다.

황성제 내짝궁 61.0×73.0 acrylic on canvas 2021

‘ACEP 2022 붓으로 틀을 깨다 Ⅱ…한국 발달장애 아티스트 특별초대전’ 작품 비평을 위해 몇몇 원작도 보았지만 그룹 전시 작품 전체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동일한 잣대의 적용이 필요함을 느꼈다. 특히 발달장애인들은 소통이 원활할 수 없고, 43명 참여 작가 전원과 물리적으로 마주할 수는 없었다. 동일한 잣대의 비평을 위해 디지털 화면을 선택하기로 했다. 

특정한 장소와 공간, 조명과 화이트보드를 갖춘 전통적 방식의 회화 전시도 환경의 영향에서 자유로울수 없다. 각 전시장은 특유의 공간 아우라가 있다. 동일한 작품이더라도 관객이나 비평가, 컬렉터는 다르게 작품을 느낀다. 

발달장애인 작가들은 인간으로서의 욕망, 희망, 자연에 대한 경외를 표현하였다. 어쩔수 없는 이성에 대한 끌림, 성인임에도 여전히 부모의 보호를 받아야하는 미안함 등의 감정이 담겨있다. 작가 의식이 발동, 잠재적 관람객에게 뭔가를 보여줘야 하는 사명감도 보인다. 

강태원 같은 곳을 바라보는 오리 두 마리 60.0×90.0 acrylic on canvas 2019

작가들에게 보이는 풍경은 환타지의 세계이다. 사람들과 더불어 사는 유토피아를 꿈꾼다. 동물을 의인화한 관조(觀照)에 이른 동양적 미학, 평면에서의 형태와 공간의 구분, 자동차는 풍선에 매달려 하늘로 오를 준비를 한다. 감정을 솔직하게 쏟아내며, 가식과 거짓이라고는 없다.  

꽃은 현실에 존재하는 동화 세계에 이르는 매개(媒介)이다. 현실의 중심은 집과 가족이다. 숲 속에 자리잡은 집은 적들을 방어하기 위한 요새화한 성채(城砦)이기도 하다. 집을 매개로 한 동화 세계는 ‘귀여운 사람’(cutie) 가족과 친구들이 살며, 공간은 화려하다. 이들과의 일상은 자연과 함께 할 때 행복하다. 작가들에게 그 자연은 탐험을 요구하는 야생(野生)이 아니라 작가들이 살고 있고 익숙한 도시의 거리와 공원이다.

작가들은 대부분 정방형 또는 직사각형 아파트에 거주한다. 이러한 공간에서 텔레비전으로 펼쳐지는 세상을 인지하고 학습하여 해석한 또 다른 세상을 펼쳐놓는다. 역설이지만 디지털로 경험하고 사유한 작품의 모티프를 원초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최서은 사랑이 날다 51.9×35.6 lino cut on paper 2021

동물은 종종 새가 되기도 한다. 새를 타고 날기도 한다. 자신이 타고 있는 커다란 새가 지상에 내려앉기를 바라지 않는다. 새는 세상을 바라보는 또 다른 매개이다.  

재료적으로는 캔버스 뿐 아니라 동양화 한지, 까다로운 수채화 물감, 나름의 각자의 오브제를 활용한 혼합재료(mixed media)를 사용해 현대적 풍경을 표현한다.

회화 또는 판화라는 평면은 이들 작가에게는 한계로 작용하지 않는다. 영어권에서 ‘드로잉’(drawing)은 종이로 하는 모든 작업을 의미한다. 이들의 드로잉 작업은 또 다른 시퀸스(sequence·연속된 사건들) 세계로 들어가는 입구(entrance)이다.

참여 작가들은 누구나 처한 일상의 환경에서 새로운 눈으로 세상을 보고 그리기에 제도권에서 교육받고 훈련된 작가들과는 확연히 다른 세계를 선보인다.

새로운 세상은 종종 사회가 보호해야 될 약자로 여기는 이들의 새롭게 뜬 눈으로 변혁되고 바뀐다. 문화·예술 영역을 포함, 한국 사회는 누적된 끌어안고 가는 과제들이 무수히 많다. 세상의 잣대를 갖지 않은 가식과 거짓이 없는 작가들의 시선이 비장애인들의 영혼을 조금은 맑게 하였으면 하는 바람이다.

강선아 포도 72.7×60.6 acrylic on canvas 2021

‘ACEP 2022 붓으로 틀을 깨다 Ⅱ’ 전시는 2022년 1월8일(토)부터 23일(일)까지 16일간 서울 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 2층에서 열린다. 

ACEP은 예술문화교류프로그램(Art & Cultural Exchange Program)의 이니셜로 2020년 9월 개최된 한국과 유럽연합(EU)의 발달장애아티스트 첫 교류전에서 유래됐다.

지난해 ACEP 2020은 코로나 방역조치로 인해 비대면 방식으로 진행됐으나, 주관사인 비채아트뮤지엄(관장 전수미)이 지난 5월부터 8월까지 열린 ‘피카소 탄생 140주년 특별전’을 단 한 번의 방역사고 없이 성공적으로 개최한 경험을 살려 방역수칙을 최우선하는 ‘안전 관람’에 만전을 기할 방침이다. 전시 입장권 예매는 12월 23일(목)부터 인터파크에서 시작되었다. 

심정택은 쌍용자동차, 삼성자동차 등 자동차회사 기획 부서에서 근무했고 홍보 대행사를 경영했다. 이후 상업 갤러리를 운영하면서 50여회의 초대전, 국내외 300여 군데의 작가 스튜디오를 탐방한 13년차 미술 현장 전문가이다. 2000년대 초반부터 각 언론에 재계 및 산업 칼럼을 써왔고, 최근에는 미술 및 건축 칼럼으로 영역을 확장했다. 저서로는 '삼성의몰락', '현대자동차를 말한다', '이건희전'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