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권 "윤 대통령이 해외동포 숙원 해결" 생색

재외동포청, 부처간 업무 조율권한 없어 한계 '뚜렷'

한인사회 "동포청 설립 생색에 가려 현안 뒷전 우려"

재외동포청 출범 발맞춰 재외동포기본법 제정해야

지난 7일 김석기 국민의힘 의원(재외동포위원장)은 재외동포 언론사에 보낸 보도자료를 통해 "3월 2일 대통령실에서 국가보훈부 승격 및 재외동포청을 신설하는 '정부조직법' 공포안 공개 서명식이 진행됐다"면서 "특히 그동안 수많은 정부조직법 개편이 있었지만 대통령이 수기로 재가를 한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홍보했다. 

김 의원은 "730만 동포들이 간절히 원하던 재외동포청 설립이 재가되는 순간은 참 가슴 뭉클했다"면서 "재외동포들의 권익 향상은 물론 모국에 와서 각종 민원업무를 볼 때 동포청에서 원스톱으로 처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 3월 2일 윤석열 대통령이 재외동포청 신설을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서명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지난 3월 2일 윤석열 대통령이 재외동포청 신설을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서명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재외동포청 설립은 지난 대선 당시 윤석열, 이재명 후보가 모두 내세운 공약이었지만 국민의힘 측은 "역대 정권이 하지 못했던 재외동포들의 숙원을 윤 대통령의 의지로 해결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한국 정치권과 정부의 눈치를 보는 일부 한인 단체장들을 제외하면 재외동포청 설립에 대한 한인사회의 반응은 '가슴 뭉클함'과는 거리가 멀다. 

동포사회가 바랐던 재외동포 전담기구는 외교부는 물론 법무부와 교육부, 복지부, 국세청, 병무청 등 8개 부처에 흩어져 있는 재외동포 관련 정책을 통합적으로 조율해 수립하는 곳이었다. 하지만 6월 출범을 앞둔 재외동포청은 외교부의 외청에 불과해 국무회의 출석권이나 의안 제출권이 없고, 국무총리에게 부처간 업무 조율에 대한 조정도 요청할 수 없다. 

실제 지난해 11월 국회에서 열린 재외동포청 특별간담회에서는 "재외동포청은 기존 외교부내 재외동포 서비스를 담당하는 재외동포영사실과 문화사업을 담당하는 재외동포재단을 합치는 수준"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동포사회가 외교부 소속의 외청이 아닌, 국무총리 직속의 재외동포처를 선호한 것도 이같은 우려 때문이었다. 

외교부는 재외동포청 내에 재외동포정책국을 편제해 종합적인 동포정책을 수립하겠다고 밝혔지만 실효성이 떨어지는 계획이다. 한국 정부는 지난 1996년 대통령 훈령으로 재외동포정책위원회를 설치해 재외동포에 관한 정책을 종합적으로 조정하고 추진하도록 규정했지만, 지난 27년간 단 20차례의 형식적인 회의만 있었을 뿐 아무런 정책 조정도 하지 못했다. 부처간 업무 조정 권한이 없었기 때문인데, 신설되는 재외동포청 역시 법률적으로 이러한 권한이 없다. 

이런 현실적 한계에도 재외동포청 설립 자체가 동포사회의 숙원 해결이라고 인식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규철 전 동남부한인회연합회장은 "한국 정계에 진출하고 싶어하는 일부 한인사회 지도자들이 구체적인 현안은 생략하고 재외동포 전담기구 설치만이 만능인 것처럼 오도했기 때문"이라며 "결국 외교부의 '밥그릇'만 늘려놓은 꼴이 됐다"고 지적했다. 새로운 재외동포청은 청장(정무직) 1명과 차장(고위공무원) 1명, 국장 4명 등을 비롯해 200명으로 조직되며 연 예산도 1,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알려졌다. 

재외동포의 기본권 보장과 동포정책의 통합적 수립을 위해서는 재외동포기본법의 제정이 더 시급한 문제이지만 재외동포청 설립이 '숙원 해결'로 포장되면서 제정의 동력이 약화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김석기 의원을 비롯한 여야 의원 10명은 지난해 재외동포정책위원회의 권한을 법률로 보장하고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하는 내용의 재외동포기본법안을 발의했지만 여전히 상임위에 머물고 있다. 민주당 측에서는 6월 5일 재외동포청 출범에 맞춰 통과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처리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미주 한인사회에서는 "해외동포들의 숙원은 해외에서 태어나거나 자란 자녀들이 모국에서 잘못된 질시나 차별을 당하지 않는 것 뿐만 아니라, 한국인으로서 자긍심과 정체성을 잃지 않도록 한국이 '정치 후진국'을 벗어나는 것"이라며 "재외동포청 설립에 예산을 쏟아붓기 보다는 전화통화 조차 힘든 현지 재외공관의 서비스를 개선하는 게 더 현실적인 도움이 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상연은 1994년 서울 한국일보에 입사해 특별취재부 사회부 경제부 등에서 기자 생활을 했으며 2005년 미국 조지아대학교(UGA)에서 저널리즘 석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애틀랜타와 미주 한인 사회를 커버하는 애틀랜타 K 미디어 그룹을 설립해 현재 대표 기자로 재직 중이다.

뉴스버스
포털 '다음'에선 기본값으로 뉴스버스 기사가 검색되지 않습니다.
정권 비판 뉴스를 통제하려는 의도로 보입니다.
뉴스버스 기사를 보시려면 회원가입과 즐겨찾기를 해주세요.
저작권자 © 뉴스버스(Newsvers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