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LA '인튜이트 돔' 구장 상량식서 만나 단독 인터뷰

스티븐 발머, MS창업자에서 LA클리퍼스 구단주로 변신

스포츠 비니니스 성공 여부 관심…"과감한 투자하겠다"

MS-IT 전문가서 스포츠 투자자로 변신

“40여년전 컴퓨터 혁명을 주도하며 돈은 벌만큼 벌었다. 이제 내 인생 후반기 목표는 스포츠 비즈니스에서 성공하는 것이다.”

한때 세계 최고 부호였던 빌 게이츠(67)와 하버드대 동문으로 마이크로소프트(MS)를 공동 창업했던 스티브 발머(66)가 프로농구(NBA)에서도 세계 정상에 등극하겠다고 선언했다. 발머는 실내종목 가운데 최고의 인기를 자랑하는 프로농구(NBA) 최대 규모 시장인 LA의 클리퍼스를 9년전 20억달러에 매입하며 구단주가 됐다.

직전 소유주인 유대계 도널드 스털링이 인종차별 발언으로 클리퍼스를 강제로 매각한데 따른 어부지리를 본 셈이다. LA인근에 수많은 부동산을 보유한 스털링은 자신이 소유한 아파트 매니저들에게 “한국인들은 매달 아파트 월세를 꼬박꼬박 성실하게 납부하는데 흑인들은 돈 떼먹을 궁리만 하는 골치 아픈 족속이니 세입자로 받지 마라”는 지시를 내려 물의를 빚었다. 또 자신의 흑인 여자 친구를 상대로 “너처럼 훌륭한 여성이 어째서 무능한 흑인 남자와 사귀었냐”는 발언 녹취록이 공개되며 여론의 비난을 샀다.

세계에서 8번째 재벌인 스티브 발머 마이크로소프트 공동창업자 겸 LA 클리퍼스 구단주(오른쪽)가 8일 인튜이트 돔 상량식에서 뉴스버스와 단독 인터뷰를 마친뒤 기념촬영하고 있다.
세계 8번째 재벌인 스티브 발머 마이크로소프트 공동창업자 겸 LA 클리퍼스 구단주(오른쪽)가 8일 인튜이트 돔 상량식에서 단독 인터뷰를 마친뒤 봉화식 기자와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봉화식 객원특파원)

블룸버그 통신 추산에 따르면 발머는 900억달러(한화 약117조원)의 순자산을 보유, 지구촌 80억명 가운데 8번째 부호에 랭크됐다. 그는 하버드대 재학시절 한살 많은 게이츠와 포커를 함께 즐기며 미래 사업을 논의했다. 결국 스탠포드대 경영대학원 과정을 포기하고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우 운영체계 개발을 전담했다. 2000년 공동 창업자 게이츠를 이사회 의장으로 몰아낸뒤 CEO 자리에 올랐지만, 진화하는 모바일 시장에 빠르게 대처하지 못하고 적자가 쌓이며 불명예 퇴진해야 했다.

자타가 인정하는 세계 최고 회사에서 사실상 강제은퇴한 발머는 손상된 자존심을 딛고 스포츠 운영으로 눈길을 돌렸다. 역대 프로농구 사상 최고 금액을 한꺼번에 완납한뒤 50% 가량을 경비 등 세금 환급 목적으로 돌려받는 수완을 발휘했다. 또 전통이 짧고 우승기록이 없는 클리퍼스 구단이 수퍼스타 코비 브라이언트가 활약한 ‘LA 라이벌’ 레이커스 그늘에 가려 팬들의 관심을 끌지 못하자 선수 영입·시설부문에서 과감한 투자를 선도하기로 결심했다. 1999년 완공된 LA의 크립토닷컴 아레나(옛 스테이플스 센터)를 레이커스와 공유하는데 불만이던 발머는 새 경기장 건설부지로 LA국제공항 인근 잉글우드시를 낙점했다. LA남쪽의 잉글우드는 남부 캘리포니아의 대표적인 흑인 밀집 우범지대로 악명이 높았지만 스포츠 시설이 잇따라 들어서며 재개발이 한창이다. 특히 2026년 월드컵, 2028년 LA올림픽 등 빅이벤트를 잇따라 앞두고 있어 스포츠 비즈니스 황금시대를 예고하고 있다.

20억달러의 비용으로 건설중인 세계 최첨단 인튜이트 돔의 완공 조감도. 360도 대형 스크린은 좌석 어느 지점에서도 최상의 경기 장면을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봉화식 객원특파원)
20억달러의 비용으로 건설중인 세계 최첨단 인튜이트 돔의 완공 조감도. 360도 대형 스크린은 좌석 어느 지점에서도 최상의 경기 장면을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봉화식 객원특파원)

 8일 철제빔 상량식 갖고 사상 첫 우승 다짐

구단 인수 금액과 비슷한 20억달러를 투자해 최첨단 ‘인튜이트 돔’을 신축중인 발머 구단주는 8일(이하 한국시간) ‘경기장 철제 빔 상량식’을 갖고 건설 현황을 취재진에 공개했다. 클리퍼스는 이날까지 34승33패를 기록, 서부지구 8위를 달리며 플레이오프 진출이 유력한 상황이다.

특히 UCLA 출신으로 레이커스 소속이던 포인트가드 러셀 웨스트브룩(34)이 지난달 이적해오면서 전력이 상승했다. 내년 11월 시즌부터 선수단이 입주하게 되는 인튜이트 돔은 지하 50m 아래에 위치, 아늑하면서도 웅장한 분위기다. 둥그런 천정이 현란한 조명을 비추게 되며 여느 실내체육관보다 벤치-관중석 사이의 거리가 짧아 박진감 넘치는 경기를 제공하게 된다. 연습용 코트 5개에 화장실 숫자만 1,100개이며 대형 고화질 스코어보드 크기도 다른 경기장의 5배에 달한다. 농구대 뒷쪽은 4,000석의 입석을 마련해 마음껏 소리지르며 응원하도록 배려했다. 6개월간 41차례의 홈경기를 소화한뒤 농구 일정이 없는 여름철에는 각종 공연장으로 변신하게 된다. 식음료 주문 역시 한참 줄서서 기다리며 경기 장면을 놓치는 일이 없도록 좌석에서 스크린 화면을 활용, 종업원이 자리에 배달해주는 시스템으로 운영할 예정이다.

한국 언론사로는 유일하게 ‘뉴스버스’와의 단독 인터뷰에 응한 발머 구단주는 “1990년대 마이크로소프트 회장 자격으로 IT강국인 한국의 수도 서울을 방문해서 환대받은 기분좋은 추억이 있다”고 말문을 꺼냈다. 이어 “남들은 내가 나중에 클리퍼스를 더 비싼 값에 되팔아 이윤을 남길 것이라 말하지만 완전한 헛소문이다. 나는 죽을때까지 NBA 구단주로 남아 클리퍼스의 첫 우승, 그리고 여러 차례 정상 등극을 목격할 것”이라 못박았다. MS시절 컴퓨터계에 큰 반향을 일으키며 사업가로 성공한 발머는 "여생을 스포츠 산업 발전과 청소년 지원 프로그램 확대에 주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잉글우드 저소득층 주변 학교 학생 2만명에게 무료 농구표 제공을 비롯, 장학금 지급과 직업 알선 프로젝트를 시의회와 손잡고 추진해 나갈 계획도 갖고 있다. 발머는 “한인 언론사들도 앞으로 클리퍼스에 보다 많은 관심을 가져주면 감사하겠다”고 당부했다.

출입구 정면에서 바라본 인튜이트 돔 반대편의 입석 위치. 관람 층계의 경사도가 가팔라 꼭대기에서도 코트가 가깝게 느껴진다. (사진=봉화식 객원특파원)
출입구 정면에서 바라본 인튜이트 돔 반대편의 입석 위치. 관람 층계의 경사도가 가팔라 꼭대기에서도 코트가 가깝게 느껴진다. (사진=봉화식 객원특파원)

한편 경기장 상단 정중앙에 삽입된 철제 빔에 흰색 형광등 펜으로 축하 메시지를 남긴 웨스트브룩은 “모교 UCLA가 다음주 개막하는 ‘3월의 광란’ 대학농구 64강 토너먼트에서 12번째 우승을 달성하면 좋겠고, 개인적으로 소속팀 클리퍼스의 창단 첫 우승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인튜이트 돔 주변에는 기존의 할리우드 파크 카지노를 포함, 기아 포럼 경기장과 소파이 스타디움이 위치했다. 경마장은 철거한뒤 주차장으로 바뀌었다. 또 소파이 구장은 2026년 미국 월드컵과 2028년 LA올림픽 주경기장으로 사용되며 인튜이트 돔은 농구·배구 또는 핸드볼·체조·레슬링과 같은 실내 종목을 소화할 것으로 보인다.

발머 구단주의 장담 대로 세계에서 가장 크고, 비싸고, 화려하고, 최첨단의 기기를 구비한 특급 실내경기장이 완공되면 10마일 북쪽에 위치한 코리아타운 상권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현존 최고 스타인 스테판 커리(골든 스테이트 워리어스)의 데이빗슨 칼리지 후배인 이현중(22)이 마이너리그 산타크루즈 워리어스를 벗어나 클리퍼스와 같은 1부 리그에 진출할 경우 하승진(포틀랜드 트레일블레이저스)에 이은 두번째 한인 NBA 선수가 될 전망이다. 가장 돈을 잘 쓰는 구단주를 만난 클리퍼스가 구단 명칭처럼 ‘쾌속 함대’로 순항할지 향후 귀추가 주목된다.

봉화식은 남가주대(USC) 정치학과를 졸업한 뒤 1988년부터 중앙일보 본사와 LA지사에서 근무했다. 기자 생활의 절반씩을 각각 한국과 미국에서 보냈다. 주로 사회부와 스포츠부에서 근무했으며 2020 미국 대선-총선을 담당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을 비롯해 영 김-미셸 박 스틸 연방 하원의원 등 두 한인 여성 정치인의 탄생 현장을 취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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