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검증]
성남시장 출마 이유로 변론 중단 의사 밝혀…언론이 주목하자 변론 계속
다른 변호사가 작성한 준비서면 대부분 그대로 차용해 본인 이름 제출

뉴스버스는 2022년 3월 9일 치러지는 20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유권자들의 판단을 돕기 위해 여야 각 유력 주자에 대한 검증 차원의 취재와 보도를 하고 있습니다. 뉴스버스는 이편 저편 누구의 편을 들지도 않고 휩쓸리지도 않으면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과 독자의 알권리를 최우선에 두겠다는 뉴스버스의 약속을 지켜나가고 있습니다. / 편집인 주

 

여권내 지지율 1위의 유력 대권 주자 이재명 경기지사가 대중에게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리게 된 계기는 지난 2009년 요미우리신문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 청구, 이른바 '독도 소송'이다. 당시 민주당 부대변인으로 있던 이 지사는 이 '독도 소송'의 원고측 법률대리를 맡았다. 

그런데 당시 독도 소송을 진행한 원고측 선정당사자(원고 1886명을 대표해 소송을 수행하는 대표자 3인)에 따르면, 이 지사는 재판 초기 '2010년 제5회 동시 지방선거' 성남시장 출마를 이유로 변론을 그만두려다가, 언론이 관련 사건을 다시 주목하자 마음을 바꿔 변론을 계속했다. 이 과정에서 다른 변호사가 작성한 준비서면 내용 대부분을 그대로 가져와 자신이 쓴 준비서면처럼 제출했다.

지난 2일 대전시청에서 열린 경기도-대전광역시 지속가능 발전을 위한 정책협약식에서 이재명 경기지사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지난 2일 대전시청에서 열린 경기도-대전광역시 지속가능 발전을 위한 정책협약식에서 이재명 경기지사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독도 소송 변론으로 대중에게 '정치인 이재명' 이름 알려 

지난 2009년 8월 '안티 이명박 카페(現윤석열 응징을 위한 범국민운동본부)' 운영진은 시민 1886명을 모아 서울중앙지법에 요미우리신문을 상대로 손해배상 및 정정보도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 2008년 7월 15일자 요미우리신문이 "정상회담에서 후쿠다 총리가 '다케시마(竹島, 독도)를 표기하지 않을 수 없다'고 통보하자 이명박 대통령이 '지금은 곤란하다. 기다려달라'고 요청했다"고 보도한 데 따른 것이다.

해당 보도만 놓고 보면 이명박 전 대통령이 한일 정상회담에서 일본 교과서의 다케시마 표기에 대해 시기만 문제 삼았을 뿐 교과서 명기 자체는 받아들였다는 것으로 해석될 소지가 다분했다. 이에 안티 이명박 카페 운영진들이 1886명의 소송인단을 구성해 소송을 낸 것이다.

요미우리신문의 보도가 오보라면 요미우리신문의 정정보도를 받아내고, 요미우리신문 보도가 사실이라면 이 전 대통령에게 정치적 책임을 묻겠다는 계산이었다. 당시 민주당 부대변인이었던 이 지사는 '국민소송단'이라고 이름 붙인 이들 원고측 법률대리를 맡아 수차례 언론인터뷰를 하며 대중에게 '정치인 이재명'의 이름을 알렸다.

성남시장 출마준비로 바쁘다며 사임 의사 전달했다가 철회  

이 지사는 지난 2009년 8월 13일 소장을 접수한 뒤 11월 5일 1차 준비서면을 제출했다. 이 지사는 2009년 11월 13일, 2010년 1월 22일 두차례 변론준비기일에 출석했고, 2010년 1월 5일에는 청와대 측에 이명박 대통령의 인터뷰 내용을 확인하는 사실조회촉탁신청을 제출했다.

그러나 마지막 변론준비기일이 진행된 지난 2010년 2월 3일 법정에서 이 지사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2월 4일 당시 안티 이명박 카페 운영자 백모씨가 올린 글 일부다.

국민 여러분의 응원이 절실합니다.
이유는.. 이 엄청난 소송이 변호사 한 명 없이 법을 모르는 소송인단의 자력만으로 진행된다는 것입니다.
국가를 위해 무료변론을 자원하실 변호사가 계시면 지원바랍니다.
-독도 요미우리 민사소송단-

당시 소송에 관여했던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 지사는 2010년 6월 지방선거에 성남시장으로 출마하기 위해 중도에 변론을 그만두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손을 뗐다. 원고측 선정당사자중 1명은 뉴스버스와 전화통화에서 "(이 지사가 당시 성남시장) 선거 출마로 바쁘다며 변론이 어렵다는 의사를 밝힌 건 맞다"고 말했다. 변론기일에 변호사 없이 소송인단만 출석하는 일도 있었다. 이 때문에 다급해진 원고 측 당사자들이 무료로 변론을 맡을 변호사를 찾아나서게 된 것이다.

이민석 변호사(법률소비자연맹 사무총장)는 백씨의 글을 읽고 2010년 3월 7일 다음 변론기일에 제출할 준비서면을 작성해 백씨에게 넘겼다. 평소 이 전 대통령에 대해 비판적 시각을 갖고 있었던데다 일본어에도 능통해 공익변론 차원에서 준비서면을 작성한 것이었다. 백씨에게 넘겨준 준비서면은 34페이지 분량이었다.

언론 주목 받자 변론 계속…다른 변호사 준비서면 도용해 법원에 제출

그러던 중 변수가 생겼다. 2010년 3월 9일 국민일보가 <[단독] 요미우리 "MB '기다려달라' 독도 발언은 사실"> 기사를 보도했다. 이 기사는 포털사이트 다음에 게재된 댓글만 34만2144개에 이를 정도로 높은 관심을 받았다. 여러 언론사들이 이 기사를 추종보도했다. 이 기사를 계기로 국민적 관심도가 높아지자 이 지사는 다시 독도 소송의 변론을 맡았다.

그런데 이 지사가 다시 변론을 맡은 후인 2010년 3월 12일 법원에 제출한 준비서면은 이 변호사가 2010년 3월 7일 제공한 준비서면과 거의 일치한다.
(참조 FACT&DATA 이재명 변호사가 2010년 3월 12일 제출한 준비서면)

2010년 3월 12일 독도소송 대리를 맡았던 이재명 경기지사가 제출한 준비서면 일부. 분홍색 형광색을 칠한 부분은 이 지사가 원문에 첨가한 부분, 연두색 형광색 칠한 친 부분은 원문에 삭제한 부분. (사진=뉴스버스)
2010년 3월 12일 독도소송 대리를 맡았던 이재명 경기지사가 제출한 준비서면 일부. 분홍색 형광색을 칠한 부분은 이 지사가 원문에 첨가한 부분, 연두색 형광색 칠한 친 부분은 원문에 삭제한 부분. (사진=뉴스버스)

이 지사는 이 변호사가 작성한 준비서면 중 '언론의 자유'를 언급한 부분을 잘라낸 후 나머지 내용은 모두 그대로 차용했다. 준비서면 말미에 소송의 의미를 간략하게 담은 A4용지 반쪽 분량의 결론 5문장만 새로 작성했다. 그리고 소제목을 추가(1곳)하거나 20여곳에서 문장속 단어를 삭제하거나 수정했다. 

1심 손배 기각 뒤 항소와 추가 법적 조치 공언했지만 이행 없어 

법원은 2010년 4월 7일 "요미우리의 보도가 원고들 개인을 직접 지명하거나 개별적 연관성이 없어 명예훼손의 피해자라고 볼 수 없다"며 소송인단의 손해배상청구를 기각했다.

당시 이 지사는 민주당 부대변인 명의 논평을 통해 "법원이 독도를 둘러싼 역사적 분쟁에서 판단을 회피한 것은 매우 유감스럽다"며 "진실규명과 책임추궁을 위해 반드시 항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항소 외에 추가적인 법적 조치를 함으로써 이 보도의 진위를 가리고 허위보도가 아닐 경우 그 책임을 물을 것"이라며 ▲정상회담 기록 공개를 청구하는 정보공개청구 ▲이명박 대통령 상대 손해배상 소송을 예고했다. 당시 이 지사의 논평은 여러 언론에 보도가 됐다.

그러나 독도 소송의 항소는 이 지사가 아닌 다른 변호사가 맡았고, 이 전 대통령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 소송은 이민석 변호사가 진행했다. 

※ 위 독도소송 관련 기사에 대한 부분 등 취재 내용과 관련한 해명과 반론을 이재명 캠프 대변인 등에게 서면으로 요청했으나, 캠프측은 무대응이었다. 뉴스버스는 추후 이 지사측의 해명 또는 반론이 있을 경우 충실하게 반영 게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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